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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유니클로 반드시 잡겠다" 결심했던 토종브랜드…10년만에 꿈 이룬 비결은2022-03-28 08:32
작성자 Level 10
진녹색 목티에 브라운 체크무늬 재킷을 걸친 멋쟁이였다. 알록달록 줄무늬 양말을 신은 노신사가 가성비가 좋다는 '맘모스 커피' 음료를 들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국내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 탑텐을 이끈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69)이다.
최근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염 회장은 "젊은 고객들이 많이 좋아하는 음료라 나도 많이 사먹는다"며 "결국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사업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웃었다. 그가 이끄는 탑텐 역시 양질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고희(古稀)에 들어선 그는 여전히 "멋쟁이로 남고 싶다"고 했다. "패션업이 뭡니까.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업이잖아요. 아무거나 입고 다닐 수 없죠. 명품이냐고요? 그렇습니다. 다 우리 지오지아, 올젠, 앤드지 제품이거든요." 그가 밝게 미소 지었다.

염 회장의 미소에는 여유가 묻어나왔다. 지난해 SPA 브랜드 탑텐의 성공도 한몫했다. 지난해 탑텐 매출은 5850억원으로 유니클로의 최근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 5824억원을 뛰어넘었다.
"1위를 축하드린다"는 말에 그는 "우린 아직 1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의 브랜드로서 세계로 나가 정상에 올라야 합니다. 그전까지 여기에서 매출이 많이 나왔다고 성공했다고 할 순 없어요."
한 명의 경영인으로서 그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겸손했지만 탑텐의 성공은 패션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2012년 탑텐 출범 당시 유니클로를 겨냥해 "일본 SPA 브랜드와 경쟁하겠다"고 했을 때 '허장성세'라는 비아냥도 많았다. 가방만 만들던 신성통상이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염 회장이 이 같은 비아냥을 찬사로 바꾼 데 걸린 시간은 10년이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340억원이었던 매출 규모가 2년 새 75%나 뛰어올랐다. 염 회장은 "우리는 출범 직후부터 영업이익의 10%를 소재 개발에 지속적으로 쏟아부었다"면서 "단순히 '노재팬 운동'으로 탑텐의 성공을 재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탑텐 성장 비결은 뻔한 얘기지만 진정성이었다. 소득이 적은 사람도, 양질의 옷을 입을 수 있게 하자는 게 염 회장 경영철학이다.
그는 "멋을 부리는 옷은 쉽게 만들 수 있지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기본과 정도를 걷자는 마음으로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제품 개발에 힘썼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유니클로·무신사·탑텐의 발열 기능 내의를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을 통해 실험했다. 결과는 대반전. 탑텐의 제품이 가장 좋은 기능성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탑텐 제품은 유니클로에 비해 가격도 절반 이하다. 뛰어난 기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이 강대국인 건 기본인 소재에서 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그 소재에 밀려 많이 당했죠. 이번 연구 결과로 저희는 이제야 한발 더 다가섰습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멀어요."
그는 탑텐의 성공은 모두 대한민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커지면서 한국 젊은이들의 감각 역시 세계적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때만 하더라도 외국 사람들을 보면 괜히 기가 죽었다"면서 "지금은 미국 사람들이 대한민국 차를 타고, 대한민국 음악을 듣는다. 요즘 젊은이들이 세계적인 감각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톡톡 튀는 젊은이들이 탑텐에서 많이 일하고 있어요. 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매번 브랜드 가치에 반영되죠. 좋은 제품을 알아봐주는 젊은 소비자들의 감각도 마찬가지고요. 모두 대한민국의 힘으로 느낍니다."
유니클로의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도 탑텐으로 적을 옮겨 현재까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국내 SPA 브랜드의 성장에 작은 힘이라도 기꺼이 내주고 싶다는 이나영의 의지가 강했다고 염 회장은 귀띔했다.

역발상 전략 또한 탑텐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탑텐은 오히려 오프라인 확장에 집중했다. 2019년 320개였던 매장은 지난해 483개까지 늘었다.
염 회장은 "공산품은 온라인이 독식할 수 있지만 옷은 매장에 나와서 보는 게 우선"이라며 "오프라인이 강해야 온라인이 강해진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매장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하는 올해 역시 염 회장은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 목표 매장 점포는 553개다.
그는 올해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경영 리스크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물류대란으로 급등한 운송비 부담부터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 등이다. 염 회장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한 탑텐의 다음 목표는 해외 시장이다. 2024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 아시아권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목표 매출은 7200억원이다.
신성통상 전체로는 3조원을 겨냥했다. 영업이익률도 14%까지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그는 "매출 덩치를 어느 정도 키워야 해외에 나가서 맷집도 생긴다"면서 "진출한 이후에는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